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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김홍빈 대장의 영결식과 올림픽 폐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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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에 출전한 유망주 서채현의 경기 모습. 김홍빈 대장을 기리며 출전한 서채현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성원을 받았다. 도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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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홍 전문기자

두 개의 장면이 겹쳤다.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14개를 모두 오른 뒤 실종된 김홍빈 대장의 영결식이 8일 열렸다. 같은 날 2020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김 대장의 영혼을 영원히 떠나보내는 그날, 올림픽은 화려한 무대를 마치고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처음에 그것은 죽음과 삶, 등산이라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행위 및 올림픽이라는 규격화된 스포츠의 대비로 보였다. 그러나 두 장면은 그 속에 담긴 공통점으로 외면적인 차이를 녹이며 한 가지의 느낌을 전해 주었다. 그것은 김 대장과 올림픽 선수들의 모습에 깃든 치열함과 뜨거움이었다.

등산은 세세한 규칙을 정해 놓은 올림픽 종목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스포츠다. 자신의 코스를 선택할 수 있고 개척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로운 만큼 고독하다. 자신을 억누르는 중력을 반드시 자신만의 두 다리로 뚫고 올라야 한다는 점에서 흔히 남이 대신 해 줄 수 없는 삶의 하중을 이고 가는 인생에 비유되기도 한다. 때로는 극도의 난관과 위험에 부딪힐 수도 있다. 등반가들은 이 과정에서 자연과 자신이 합일되는 데서 오는 충만함을 느끼기도 하고 극한 환경에서 마주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통해 깨달음과 성찰을 얻기도 한다. 등산의 외형적 형식은 육체적 행위지만 내면적이고 사색적인 측면도 강하다. 고산 등반은 육체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면서 난관을 회피하지 않는 정신적 강인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김 대장의 삶은 열 손가락 없는 등반이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을 이어가면서 보여준 절망의 극복 의지로 주목받았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스포츠클라이밍이 처음으로 올림픽에 도입됐다. 한국 대표 서채현과 천종원은 김홍빈 대장을 기리는 리본을 달고 출국했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성원을 받았다. 귀국해서는 김 대장의 영결식장을 방문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의 뿌리는 등산이다. 대자연에서 펼쳐지던 등산 행위가 규격화된 룰을 거쳐 올림픽 종목이 됐다. 등산에서 스포츠클라이밍이 파생되어 나왔듯이 많은 종목들이 생활 속에서 퍼져 나왔다. 결국 스포츠는 삶과 생활의 한 부분이다. 스포츠가 인생을 닮았다고들 하는 이유다.

그 속에서 누구를 응원할 것인가. 이번 올림픽의 큰 특징으로 메달과 관계없이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스포츠맨십과 그 선수들에게 쏟아진 격려를 꼽는다. 순위에 오른 선수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참여하고 노력한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박수가 뜨거웠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 못지않게, 그들에게 이런 격려를 해 주는 사람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실 스포츠와 인생, 등산과 올림픽을 비슷하게 보자면 그것들은 서로 삶이라는 공통된 무대에서 펼쳐지는 여러 모습들일 뿐이다.

외형적 성취와 별도로 참여자들의 노력을 격려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삶의 과정을 격려하는 것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경쟁을 통한 성취의 결과물은 소수에게 돌아간다. 우리는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이 시대의 참여자들이다.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상황이나 추구하는 의미는 모두 다르다. 몇 가지 기준이나 결과를 놓고 모든 이의 삶을 재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있어 세계는 존재한다. 모두의 존재는 소중하다.

세계 최초로 8000m급 봉우리를 오른 사람은 1950년 6월 안나푸르나(8091m)에 올랐던 프랑스의 모리스 에르조그(19192012)였다. 동상에 걸려 손가락과 발가락을 모두 잘랐던 그는 산에서 내려온 뒤 “세상에는 다른 안나푸르나들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또다시 인생의 다른 목표들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때의 안나푸르나는 인생의 목표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김 대장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힘내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마지막 산행에서 남겼다. 올림픽 기간 동안 국민들은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응원했다.

에르조그의 표현대로라면 모두가 각자의 산을 오른다. 같은 날 열린 김 대장의 영결식과 올림픽 폐회식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달랐지만 고단한 인생 산행에 나선 이들에 대한 응원과 과정과 노력에 대한 격려는 같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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